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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종주로

산들
충청권
작성자
투어맵봇
작성일
2020-03-22 11:22
조회
998
3/21 (토)

독립종주로 

1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욱 한가한 병천의 이른아침, 열사 유적지는 임시폐쇄가 되었으니 구미산 사적지로 간다. 기념탑 하나가 전부지만 47년에 세워진 정인보 선생의 글이 읽기 불편하지만 현장감이 느껴진 다. 아우내는 아내로 적고 있다.  당시에는 또는 지금도 이 곳 사람들은 아내라고 발음하는 모양이다. 이 곳 또는 열사 생가로 부터 시작해서 독립기념관 또는 정맥을 타고 취암산을 마지막 산으로 끝나는 종주길이 천안에 있다. 금북, 만뢰, 작성을 연결하여 “천안독립종주로”라는 이름을 주었다. 

아(우)내에 있는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삼봉산에 올랐다. 관세국경관리연수원의 소박한 운동장이 근경에 노랗게 빛나며 마을이 펼쳐졌고,  병천천 너머 야트막한 산들의 선이 피어난 안개에 아른거리는 소박한 아침풍경이 펼쳐졌다. 아내는 저 아래 어디쯤 있거나 독립기념관으로 갔을 것 같다. 유적지나 아우내장터를 둘러본다면 이 곳에 동행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국 기념탑 하나만 보게 되어 미안한 마음으로 산길에 들었다.

병천초를 끼고 난 산길은 부드럽고 걷기 좋은 길이다. 다만 산 오토바이가 등산로 한 가운데 홈을 만들어 등산로를 망쳐 놓았다. 사람이 적어 한적하고, 산세가 완만하여 산 오토바이 동호인이 자주 찾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호젓한 살길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산길은 누군가의 말 처럼 조망도 없고 심심한 길이 될 수도 있다. 길은 몇 군데 가파른 경사가 있지만 대개는 부드러워서 지루하고 반복되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나로서는 소박하지만 혼이 담긴 산길의 느낌이다.  열사와 아우내 장터 사람들, 어쩌면 지금 시장에서 아침담배를 즐기는 사람의 할아버지나 할머니, 그 분들의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당시의 운동과 정신. 작성산 이복장 의병장 그리고 부소산, 위례산성 등 여기 저기 역사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은석산, 개목고개, 작성산, 봉황산 또 개죽산을 지나서 임도 바위에 앉았다. 신설된 것으로 보이는 임도는 지도상에 없다. 아마도 그런 연유로 보기 드문 픽업트럭 한 대가 지나며 묻는다. “어르신, 이 길로 차가 지나갈 수 있어요?” 길에 대한 정보는 나도 알지 못하지만 언덕 아래에서 길이 끊기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한데 나에게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처음이라 놀라웠다. 나의 모습도 세월이 보이는것일까? 고개를 타고 흐르는 잔잔한 바람과 대화를 하며 휴식을 갖자 다소 복잡했던 마음이 비로소 풀린다. 이제 편안한 산길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2

작성 분기점을 지나면서 만뢰지맥으로 이어진다. 이 곳에서 우측으로 가면 지맥의 최고봉인 만뢰산이 나온다. 인근에서 제법 유명세가 있어 보이지만 오늘은 본 종주만 하기도 바쁘니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전히 길은 좋은데 오토바이가 얄밉다. 엽돈재가 있는 국도 언덕길엔 한 무리의 바이크족 동호회에서 온 모양이다. 반복적으로 구불거리는 언덕길을 오가며 회전 훈련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정맥길은 한 동안 도로와 나란이 하기에 그 소음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부수문이고개에 주차된 차량을 보니 위례산의 들머리 인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들은 천천히 주말 산을 즐기고 있고 대개 여럿이 함께 하고 있다. 부러운 마음이 든다. 몸이 많이 지쳐 누군가 이 곳 차를 세우고 나와 동행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나에게 위례산은 그저 정맥의 포함된 선으로 보일 뿐이다. 다만 위례산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 윤곽을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어쩐지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그 기운은 우물목고개 나무에 걸린 주술적인 분위기 까지 이어진다.  산길은 여러 사연들이 많아 보인다.

사리목고개부터는 성거산성지 포장도로가 대개 능선을 따라 나 있으니 도로를 따라 가면 된다. 인근에 약수터가 있을법도 하지만 찾지 못하고 하산하는 산손님의 얼마 남지 않은 물을 털어 담았다. 모두 하산길이라 남은 물에 인색하지 않다. 물을 얻기 위해 나름의 사정을 이야기 해야만 했다. 병천 부터 30킬로 오니 물이 바닥 났다고 이야기 하자 한 여산객은 연신 놀라며 한동안 나를 바라본다. 30킬로가 놀랄 만한 거리인가? 많은 사람들이 성지를 탐방하거나 미사를 보거나 성거산을 찾고있다. 한데 이 곳에서 성거산에 올라가는 것은 거저먹기다. 공군부대까지 난 포장도로로 9.5부까지 올라간 다음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 까닭이다. 성거산 아래에서 작은 독립종주와 갈라진다. 지난번 궁금하던 이 길은 그저 도로로 연결된 모양이다.

익숙한 만일고개, 걸마고개, 문암재를 지나 유왕골약수터를 찾았다. 유왕골고개에서 조금 내려가자 제대로 만들어지고 관리된 유왕골약수터가 반긴다. 독립종주로의 아쉬운 점은 식수문제다. 대개 마루금이 그렇지만 성거산성지 어디에서 물을 구할 수 없다면 2-3리터의 물을 담아야 할 것 같다. 

3

남은거리 10킬로, 몸이 지쳤지만 다행이 익숙하고 좋은 길이다. 만일고개부터 태조봉 지나 임도 까지 산길 치고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그러기에 사람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관리가 잘 된 정맥길이다. 정맥길 중 이토록 편안한 길도 드물 것이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사람들은 자유롭다. 산이 주는 편안함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개 아주 천천히 걷거나 의자나 평상에 앉아 봄을 즐기고 있는데 얼굴이 붉은 사람도 눈에 띈다. 이런 식의 산을 즐기는 사람들을 존중한다.

덕전1길을 통과하는데 애를 먹어야 했다. 길은 세갈래로 나 있는데 경로는 좌로 내려가 반대편에서 다시 올라왔다. 한데 생태다리가 만들어 졌다. 다리를 건너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올라와 능선을 따랐지만 왠지 다리와는 멀어지는 느낌이다. 다시 돌아와 가운데 길로 내려갔다. 다리앞에 와 보니 나무계단이 버젓이 놓여있다. 능선길을 따랐어야 했다. 

흑성산이 마지막 고비이자 덕전1길을 경계로 다른 느낌이다. 낙엽이 쌓인 된비알은 힘든 길 중 하나이다. 더욱이 정상부는 등산인을 외면하고 있다. 부대, 산성, 통신시설이 어지럽게 들어서 있고 도로가 개설되어 있는데 등산로는 지저분한 성벽 아래로 나 있다.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가 가득하고 콘크리트에 검은색 돌 타일을 붙인 성벽은 보기싫은 모습을 하고 있다. 독립기념관이 있는 관계로 이쪽 길로 많이들 취암산은 어떻지 생각 해 본다.

아침 7시에 시작한 종주길은 마감시간이 다가온다. 내가 알기로 천안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오후 7시 막차로 12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끝까지 속도를 유지해야 했다. 독립기념관에 들어서서 정문까지 가는데도 2킬로는 더 걸어야 할 정도로 넓었다. 쓸쓸한 기념관에 몇몇 가족이나 커플이 주위를 둘러볼 뿐 인적이 없다. 중학생때 수학여행을 와 어느 전시실에서 받았던 충격이 생각난다. 

어려서 겨울이면 뒷동산은 땔감을 얻는 일터 이자 놀이터였다. 작은 나무들과 관목이 빼곡 하고, 어떤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속속히 알고 있을 정도로 잘 아는.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인근 동네로 이어지고,  싸리버섯은 어디에서 자라고, 밤버섯은 어디 가야 있고… 천안독립종주로는 이런 뒷동산이 연이어 이어진 산길의 느낌을 준다. 경관도 빼어나지 않고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걸어보니 선조들의 얼이 서려있는 마음의 산길이다.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역사와 나를 되돌아 볼 만한 길이다. 다만 산오토바이가 파헤친 등산로가 태반이라 추천하고 싶지 않고 그런 이유로 동쪽 반은 사람들로 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길 한 가운데 난 홈 때문에 가장자리를 밟고 걸어야 하니 자꾸 약이 오른다. 그런 등산인의 심정을 대변하듯 곳곳에 쓰러진 나무로 가로막아 두었는데 등산인 또한 방해를 받을 수 밖에 없으니 또 약이 난다. 등산인과 산악 라이더 간에 작은 싸움이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실망스러운 점은 동일한 정상석 디자인에 있다. 산은 모두 고유성을 지니고 있는데 같은 디자인에 이름만 달리한 정상석은 차라리 없거나 동호인이 마련한 자그마한 자연석이나 목패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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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선방안
    1. 들머리 오토바이/우마 통제장치를 둔다.
    2. 훼손된 등산로를 복구한다.
    3. 정상석을 각각의 산 고유의 모습에 어울리도록 새롭게 디자인한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주변의 자연석을 이용하는 것이다.
# 진행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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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탐에 새겨진 글

귀미 독립운동때 아내서 일어난 장렬한 자최라

긔미 삼월 일일 독립선언이 나며, 국내 국외에 만세소리 서로 연하얐었다. 그 가운데에도, 충남 목천 아내장터 일은 가장 장렬한 운동의 하나다. 그날, 적의 총칼에 넘어진 이만 노소남녀 스무 분이요, 옥에서 궂긴 이 한 분이니 이 한 분이 곧 어린 녀학생 유관순, 열여섯에 이 일을 일으켰다. 음력 삼월 일일은 아내장이다. 어린 녀학생의 높은 목소리로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자 온 장터가 만세 속에 들었다. 독립정신 내미는 앞에 총칼이 보이지 아니하니, 마츰내 많은 피가 흘렀다. 유관순은 잡히었다. 묶여 드는 여러 사람을 보더니 소리를 높여 오늘 일은 다 내다. 적이 보니 어린 녀학생이다. 일은 크다. 나는 적다. 온갖 악형을 다하며 누가 한 것을 대라고 하얐으나, 오즉 내다라고 할 뿐이었다. 그 아버니 유중권과 어머니 이씨 그 자리에서 총살을 당하고, 유관순은 끝끝내 굴하지 아니하야, 증역 삼년이 다시 칠년이 되더니, 얼마 아니하야 궂기니 잡히던 이듬해 십월이다. 처음 일어나던 날, 유씨 집 부부보다 먼저 김구응은 그 어머니 최씨와 모자 함께요, 조인원·김상헌·서병순·박상규·전치관·한상필·윤희천·유중오·윤태영·이성하·박병호·신을우·박유복·박영학·방치석·박준규다. 한날 적의 총칼에 넘어진 분들이니, 응해서 일어난 이, 일으킨 사람과 둘이 아니요, 이듬해 옥사가 그 날의 죽음과 다름이 없다. 형제야, 자매야, 선렬들의 피빛이 이즉것 새롭다. 이 자최를 돌에도 사기거니와 서로들 마음에 사기라. 

대한민국 이십구년 십월

뎡인보는 짓고 김충현은 쓰다

유관순기념사업회 세움

# 열사의 유언

내 손톱이 빠져 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것만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 이름유래

작성산: 까치들이 홀연히 무리를 지어 산을 뒤덮으니 왜적들이 놀라 달아났다.

이복장: 1546 - 1630 의병을 일으켜 작성산에서 성벽을 수비했다. 10여 일 동안 왜적과 싸워 수백의 왜적을 물리쳤다.

개목고개: 북면 매송리 개목마을에 의구비가 있었다. 정동철은 지극한 효자다. 개목고개에 잠이들었는데 들불이 났다. 동행하던 개가 불을 꺼 구했으나 의구는 죽고 말았다. 

우물목고개: 고개 정상에 우물이 있었다. 성거산 성지 도로가 포장 되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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